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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나치독일과 전쟁에서 패배해 북부는 독일 군정, 남부는 친독일 정권 지배 하에 놓인 상태다. 유럽 대륙이 사실상 독일에 정복당한 상황에서 여기에 저항하는 이들은 지하 레지스탕스 활동을 끈질기게 펼치지만, 승리의 기미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레지스탕스 지도자 '제비비에'는 밀고를 당해 친 독일 비시 정부의 감옥에 수용된다. 그곳에는 독일 지배에 반항적인 지식인과 투사들로 가득하다. 열악한 처우와 함께 레지스탕스 기밀을 캐내기 위한 정부 경찰과 독일 정보부의 심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기에 처한 제비비에이지만, 취조를 위해 감옥을 벗어나 시내 호텔에 마련된 독일군 본부에 나온 틈을 타 돌발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추격을 받지만, 이발사 등 시민들의 협조 부산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로 다행히 체포를 면한다.
자유의 몸이 된 제비비에와 조직원들은 그를 밀고한 내부 첩자를 색출해 처단하기로 한다. 처형 장소에 도착한 일행이지만, 원래 계획과 달리 옆집에 이웃 주민이 있는 바람에 총이 아니라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이탈한다. 친분이 있던 '장프랑수아'와 접촉해 레지스탕스 동료로 끌어들인 제비비에는 친구에게 독일군 치하에 있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서류 는 파리로 무전기를 운반하는 임무를 맡긴다.
임무를 우여곡절 끝에 완수한 그는 이어서 제비비에가 속한 저항조직 지도자 '뤽'을 영국군 잠수함을 통해 런던의 자유 프랑스 망명정부로 보내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런데 정체를 위장한 사령관은 실은 장프랑수아의 친형이다. 동생은 형인 줄 모르고 비밀임무를 수행하고, 뤽은 런던에서 드골을 만난 뒤 여 햇살론 부결사유 러 사항을 조율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다. 하지만 조직을 노리는 비시 경찰과 독일군의 위협은 점점 조여들고, 제비비에는 새롭게 가세한 '마틸드'와 함께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다.

격렬한 정치적 논쟁 한복판에 던져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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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 군단> 스틸


ⓒ 라이카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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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멜빌은 누벨바그 세대와 동시기에 활동했지만, 영화를 처음 시작한 시기와 사회적 세대로는 윗세대에 속한다. 아마 누벨바그 감독들에겐 선배 혹은 애늙은이 같은 대상이었을 테다. 그런 멜빌은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와 필름 누아르에 영향받은 작업으로 명성을 쌓았다.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온 하드보일드 누아르가 멜빌을 거쳐 역으로 다시 바다를 건너 미국 감독들에게 전파되며 새로운 충전제가 된 셈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멜빌의 작품 연혁 중 후반기, 그리고 조국 프랑스가 68혁명의 대격변에 휘말려 있던 시기에 그는 퍽 이례적인 작업을 공개한다. 바로 <그림자 군단>이다.

멜빌은 20대 초중반을 2차 대전 당시 반독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보냈다. 그의 친형과 동료들은 레지스탕스 활동 중 (이 영화 내내 그려지듯) 배신자의 밀고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런 쓰라린 자전적 경험을 지닌 감독은 1943년, 한창 레지스탕스 활동 중 짬을 내어 생생한 체험담을 기록한 작가 조제프 케셀의 원작을 통해 그들 세대가 겪은 격동의 시간을 화면에 옮긴다. 원작자가 실제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경험한 것을 고스란히 누수 없이 담은 원작을 동류의 체험을 가진 감독이 극화했으니 그 재현도는 당연히 빼어날 수밖에 없다. 보증된 작업인 것.
문제는 이 영화가 1969년에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 종전 후 근 사반세기가 지난 시점이다. 전쟁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만 가던 때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영화 속에서 일부로만 등장하는 자유 프랑스의 대표자 드골 장군은 레지스탕스 활동의 후광으로 전후 '드골주의'를 제창하며 제왕적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군림한다.
그런 구체제에 반발한 청년 세대와 노동자들의 대대적 봉기가 바로 직전에 벌어지던 참이다. 이른바 '1968혁명'의 시대에 드골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레지스탕스 미화는 복고주의로, 심지어 반동적으로 인식된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당시에 이 영화는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고 만다.

자유를 잃은 조국과 나치에 끝까지 맞서는 영국의 교차










▲  <그림자 군단> 스틸


ⓒ 라이카 시네마




그러나 <그림자 군단>은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열쇳말이 되는 작업이 분명하다. 멜빌의 범죄 누아르 물이 어떤 뿌리에서 유래했는가를 기초부터 규명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누아르라는 원재료가 멜빌을 통과하면서 (할리우드 특유의 '권선징악' 도덕주의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느낌의 독자적 누아르로 변형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물들은 낭만적으로 묘사되지도, 사회의 공적으로 법의 심판을 인과응보로 당하지도 않지만, 실수와 탐욕으로 끝내 파멸에 이르거나 몰락하고 만다. 허무주의가 묘한 뒷맛을 남긴다.

이런 창의적 변형 과정에서 이 작품은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누구도 함부로 믿을 수 없고 운명의 장난처럼 모든 게 이뤄지던, 2차 세계대전 시기 개인적 기억이 멜빌만의 범죄 누아르 탄생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곧 깨달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가 전시에 겪었을 법한 실존적 고뇌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얻은 체험이 고스란히 영화 속 누아르 묘사로 구현된 셈이다.
한없이 음울한 누아르 분위기는 나치독일에 의해 비참하게 패배하고 강대국 프랑스의 자존심이 시궁창에 박힌 굴욕감부터 출발한다. 어느 틈에 조국의 절반은 비시 프랑스라는 부역자 정권 통치 아래 있다. 마치 전 국토가 감옥과도 같던 전시 프랑스의 묘사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세찬 바람과 푸르스름한 잿빛만 온 사방에 가득하다. 겉으로는 질서만 잘 지키면 평화로운 것 같지만, 조금만 반체제적 행위가 들통나면 재판도 없이 즉결처형되는 거대한 감옥으로 프랑스는 변모해 있었다. 그런 파리, 리용, 마르세이유 풍경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이 디스토피아적 누아르의 배경인 프랑스와 비교되는 건, 실제 날씨도 당시 상황도 나을 것 하나 없던 영국 런던의 풍경이다. 극적 대비를 이루는 런던은 나치독일의 공습과 폭격을 겪으면서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극장에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상영에 관객들이 빠져들고, 등화관제 속에서도 젊은 남녀 군인들은 불안과 공포를 떨쳐내려는 듯 커튼으로 간신히 불빛을 숨긴 댄스홀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레지스탕스 지도자는 우연히 공습을 피해 들어왔던 그곳에서 마치 환상을 본 듯 두 눈을 의심한다.

일제강점기 무장투쟁이 겹쳐지는 영화 속 저항자의 초상










▲  <그림자 군단> 스틸


ⓒ 라이카 시네마




다시 돌아온 프랑스는 여전히 나치의 전성시대다. 밀고자가 곳곳에서 동지를 배신해 팔아넘기고, 레지스탕스는 그에 맞서 배신자를 색출해 처단한다. 체포되면 잔혹한 고문을 당하다 처형되거나 폐인이 되기 일쑤다. 큰 탈 없이 석방되면 첩자라는 의혹을 받고 잠적하거나 실제 밀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가운데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고자 저항에 뛰어든 이들이 점점 무표정한 기계처럼 변해간다.

작품 속 배경은 마치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이 독립할 줄 몰랐다며 친일파들이 훗날 법정에서 진술하던 시절을 떠올리기 안성맞춤이다. 영화는 1942년 10월부터 1943년 3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다룬다. 몇 년 흐른 것 같은데 고작 4~5개월 정도라 놀라는 이도 제법 생길 테다.
이 시절 독일은 소련까지 정복할 기세였고 영국은 미국의 지원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유럽에서 홀로 독일에 맞서던 때다. 비시 정부 등 프랑스 파시스트들이 독일을 도와 레지스탕스를 탄압하고 승리의 희망은 요원하던 시절, 목숨 바쳐 싸우지만, 성과는 통 보이지 않고 희생만 늘어난다. <암살>과 <밀정>의 배경과 자연히 겹쳐 보일 법하다.
레지스탕스의 생생한 일상 묘사는 할리우드 전쟁영화 속 낭만적 게릴라전과 화려한 첩보공작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 끊임없는 체포와 희생, 생존을 위한 악다구니만 가득하다. 차례로 죽어가는 동지들, 투옥된 이들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자결을 주문하는 지도부의 비정해 보여도 합리적인 선택, 그리고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한지 회의하면서도 계속 싸우는 암흑기의 레지스탕스 투쟁이 영화 속에 가득하다.
당대 명배우들이 잔뜩 출연해 재현한 무명 레지스탕스들의 '그림자' 활동, 도입부에서 정복자로 군림하는 독일군의 위풍당당한 파리 개선문 행진의 인상적인 부감, 그리고 동지를 보안 위험 때문에 처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을 짊어지려는 결의와 이를 이해한다는 듯, 슬픈 표정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희생자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명장면이 속속 이어진다.

영화를 둘러싼 안팎의 쟁점까지 더불어 톺아보기










▲  <그림자 군단> 스틸


ⓒ 라이카 시네마




하지만 (근래 한국에서 작품 외적으로 민감한 사회적 소재나 정치적 쟁점을 다룬 작품들이 종종 겪는 논란처럼) 첨예한 정치적 대립이 팽배하던 1969년의 프랑스는 영화에 감독이 심어 놓은 몇몇 코드들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절반 정도는 감독 스스로 의도했을 테다. <그림자 군단> 개봉 당시 벌어진 프랑스 내 격심한 논란은 그 자체로 1960년대 말, 전후 청산과 세대 갈등, 민주화를 둘러싼 거대한 소용돌이의 축소판처럼 작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만 국내 현실에 대입하면 어떤 갈등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영화를 둘러싼 대외적인 논란까지 함께 소화하려면 드레퓌스 사건 이후 프랑스의 좌우 대립 역사가 어떻게 레지스탕스 투쟁과 부역자 청산으로 이어졌는지 살피는 과정 고찰이 유용할 테다. 여기에 1968혁명이 어떤 경향과 논점으로 벌어졌는지 배경 이해가 가미되면 금상첨화다. 그저 프랑스 근현대사 공부에 그치지 않고, 현재 한국 사회가 겪는 거대한 정치적 전환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 될 지점이다.
50여 년 전 거장의 후반기 걸작은 근래 유행하는 (재)개봉 열풍이 아니라 개별 예술영화극장에서 단독 장기상영 형태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개봉마저 그 방식과 형태가 상업영화와 다를 것 없이 획일화되고, 개봉 편수와 비교해 실질적인 관객 접근경로가 턱없이 제약되는 현실에서 주시할 만한 시도다. 명성은 자자하지만 정작 극장에서 보긴 어렵던 멜빌의 대표작을 종영에 쫓기며 가슴 졸임 덜하고 목격할 절호의 기회다.
<작품정보>
그림자 군단L'Armée des OmbresArmy of Shadows1969｜프랑스, 이탈리아｜전쟁/스릴러/드라마라이카 시네마 단독상영｜145분｜15세 관람가감독/각본 장 피에르 멜빙출연 리노 벤투라, 시몬 시뇨레, 장피에르 카셀, 폴 뫼리스원작 조제프 케셀, 소설 <그림자 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