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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나무뿌리 힘 약해져
주민들 “장마 오기 전 대비를”


인공·자연 복원 비율 두고도
관계부처·주민·산주 간 이견

지난 9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약산 등산로에는 매캐한 냄새가 bs캐피탈 아파트론 진동했다. 지난달 말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이곳을 휩쓸고 지나갔다. 나무들은 까맣게 그을렸다. 불과 강한 바람을 동시에 맞았던 나무들이 곳곳에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힌 채 쓰러져 있었다. 불길이 지나간 땅은 잿빛이었고 바닷가 모래처럼 등산화를 푹푹 빠지게 했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은 경남 취득세 계산기 산청, 경북 의성·안동 등 11개 지역에서 숲과 나무를 불태웠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산불의 영향을 받은 구역이 4만8238㏊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 5분의 4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산불 이후 복원 과정에서 매번 불거지는 ‘자연복원’이냐, ‘조림복원’이냐에 관한 논쟁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결론적으로 산사태 우려가 새마을금고 비과세 적금 높아지는 산간마을에는 개입을 하되, 중장기적으로 자연복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무게 있게 다가온다.
화마로 땅이 만신창이가 된 산간마을은 수마로 인한 2차 피해를 걱정한다. 불길이 넘나들었던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뒷산. 지난 7일 찾아간 이곳은 흙에 잿빛이 돌았고 나무에선 새까만 그을음이 묻어났다.
산불 피 스탁론 해를 입은 나무는 뿌리로 토양을 붙잡는 힘이 떨어진다. 토양 역시 빗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이때 비가 짧은 시간 많이 내리면 토양이 무너져 내리기 쉽다. 산림청이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 토사량을 측정한 결과, 산불 발생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토양 유출량이 일반 산림의 3~4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 역시 산 별내지구임대아파트 사태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 생수를 땅에 흘려봤더니 스며들지 않고 경사로를 따라 줄줄 내려갔다. 박성균 한국치산기술협회 경남지부 팀장은 “폭우가 내리면 흙이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물 미끄럼틀처럼 흙, 나무를 싹 쓸어간다”며 “이대로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다면 곧 있을 장마철에 마을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산불 이후 산사태 위험 진단 과정에서 응급복구 지역으로 지정됐다.
주민들도 걱정이 크다. 중태마을 주민 최형구씨(가명)는 “이 마을은 전에도 산사태를 겪은 적이 있어 이대로면 반드시 산사태가 날 것”이라며 “집이 가까이 있는 곳은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안동 임하면도 상황이 비슷하다. 약산홍은사 관리인인 안모씨는 “절을 둘러싼 산에서 흙이 벌써 상당히 내려앉았다”며 “장마철이 오기 전에 얼른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산림당국은 우기가 오기 전 긴급 예산을 투입해 사방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방 작업은 산지 비탈의 붕괴와 흙·나무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식물을 심는 일을 뜻한다. 사방댐이나 축대벽을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댐이나 축대벽을 세우면서 민가와 인접한 나무들은 베어내기도 한다.
대형 산불이 지나가고 나면 복구 방법을 두고,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어 복원할 것인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게 둘 것인지부터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인공복원의 경우엔 어떤 나무를 얼마나 심을지를 놓고 관계부처, 산주, 지역주민, 시민단체 입장이 각기 다르다.
자연적으로 천이(식물 군락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된 숲일수록 입지에 최적화된 식물이 자라고 생물다양성도 증대돼 더 건강한 숲이 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경우에 따라 조림을 실시한다.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는 조림복원 51%, 자연복원 49%의 비율로 복원 계획을 수립했다.
2022년 울진 산불 피해지 복구 과정에서는 조림복원 49%, 자연복원 51%의 비중을 택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벌목과 조림은 자연 회복력이 낮거나 주요 시설지 주변, 그리고 산불재난 트라우마 해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산림청은 울진 산불 조림 구역에 침엽수 61%, 활엽수 39%를 심겠다고 밝혔다. 대형 산불 때마다 침엽수 중 소나무가 불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조림 과정에서 여전히 상당한 비율로 침엽수를 다시 심는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필요성과 타당성이 낮은 소나무 조림이 오히려 토양침식과 생물다양성 감소를 야기하고 대형 산불을 반복하게 하고 있다”며 “조림 지역에서 자연복원지보다 토양침식이 2000배 많다는 연구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주의 의사를 반영하는 사유림과 달리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은 자연복원에 무게를 둔다. 국립공원공단이 2023년 3월 하동 산불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생태계를 모니터링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복원 없이도 자연은 상당한 회복률을 보였다. 나무 전체가 불에 탄 ‘매우 심각’ 지역은 회복률 55.1%, ‘심각’ 지역은 76.7%, ‘경미’ 지역은 81.7%로 조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황폐해진 산불 피해지가 숲의 형태를 갖추는 데는 30년 이상, 그 안의 생태계가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경민·반기웅 기자 5km@kyunghyang.com